조용한 혁명: 하루 한 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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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되도록 점심을 먹지 않으려 합니다. 누구보다 ‘밥심’이 강했던 저에게 찾아온 뜻밖의 결단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것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유학 시절, 100엔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굶었던 기억은 있지만, 이번엔 그때와는 다른 목적이 어렴풋이 느껴졌습니다. 명확한 목표나 계획 없이 시작한 단식이었지만, 어느덧 자연스럽게 하루 한 끼만 먹고 있습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내린 자기 자신에 대한 명령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 분명한 건, 의지가 약한 제가 이 생활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내면에서 작용하는 어떤 강력한 외부의 힘 덕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이성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지만, 이 작은 움직임이 언젠가 제 삶에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

우선, ‘먹는 것’에 대한 욕망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족함 없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제 안의 음식에 대한 탐욕은 나이와 함께 자라고 있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었으니 당연히 자신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하루 한 끼 단식을 하며, 오히려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 제 삶의 ‘힘’의 근원에 대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예민해지고,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까칠해지며, 무언가 하려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렇다면 내 몸과 정신은 도대체 무엇으로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이 생겼고, 그 경험 속에서 그 답을 조금씩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나를 살아가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라는 인생적인 물음들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힘이란사람을 비롯한 생물이 자신 또는 타인을 움직일  있게 하는 능력의 정도이다. — 나무위키

그리고, 타인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욕망이 절제되고 삶의 동력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는 한낱 인간일 뿐인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인간은 서로 도우며 사랑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깊은 진리를 체감했습니다. 우리의 감각들이 개인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임을 새삼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도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절대적 빈곤과 억압이 점점 줄어드는 이 시대에, 제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는 이유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 함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환경과 상황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각과 습관이 형성되죠.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통용되는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타인을 바라보며, 나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날 때, 이 사회는 조금 더 선하고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이번 경험을 통해, 진정한 혁명은 ‘자신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 이 글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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