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돌아보며, 향후 한일 관계의 방향에 대해 고찰했습니다. 우리는 존 듀이의 역사 교육의 의의와 한나 아렌트의 ‘집단적 죄’ 개념을 인용하며,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제시했습니다.
남북관계 역시 이와 같은 관점을 공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한일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 요소도 훨씬 많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첫째, 남북은 현재까지도 서로를 군사적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38선을 기준으로 양측은 24시간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적국의 침략을 가정한 군사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6.25전쟁 발발 당시의 뼈아픈 경험에서 얻은 교훈으로, 최소한의 방어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남북 간 시민 교류는 철저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두 국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시민 사회의 단절 속에서는 특정 정치인의 의지만으로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실제적인 관계 회복은 시민들 간의 교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셋째, 전체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은 여전히 남한에 대한 침략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외부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며, 인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치 사상을 체계적으로 주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제된 사회에서 지도층의 적대적 발언은 곧 인민들의 사고방식에도 깊이 각인됩니다. 설령 시민 교류가 가능해진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의 이해와 신뢰 회복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객관적인 현실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 개선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많은 이들이 지금의 남북관계가 언젠가 파국으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단순한 실리외교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한이 얻을 수 있는 실리는 대부분 이상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우선 대한민국 시민 사회 내에서 자유롭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6.25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성숙하고 신중한 시각을 가진 정치인에 의한 냉철한 결단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은 오늘,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남한의 입장을 분명하고 신중하게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평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75th Anniversary of the Korean War
In the previous article, we reflected on the 60th anniversary of the normalization of diplomatic relations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and considered the future direction of this relationship. Drawing on John Dewey’s philosophy of history and Hannah Arendt’s concept of “collective guilt,” we argued that “facing the past as it is, and contemplating who we are and where we must go from there,” is the first true step toward resolution.
A similar perspective should be applied to inter-Korean relations. However, we must also recognize that relation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are far more complex and fraught with danger than those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First, the two Koreas still officially regard each other as military enemies. Along the 38th parallel, both sides maintain a 24-hour readiness posture and conduct regular military exercises based on the premise of potential invasion. This is a minimum defensive measure drawn from the painful lessons of the Korean War.
Second, civilian exchanges between North and South are strictly limited. With fundamentally different social systems, citizens from each side are unable to freely visit the other. Given this severed civil society, no single politician’s will alone can bring about meaningful improvement. Instead, true reconciliation must begin by promoting interaction between ordinary citizens.
Third, North Korea—an authoritarian regime—continues to express open hostility toward the South. In order to preserve its political system, it blocks outside information and indoctrinates its people with its ideology. In such a tightly controlled society, hostile rhetoric from leadership is directly absorbed into the worldview of its citizens. Even if civilian exchanges were to resume, it would take significant time and effort to build mutual understanding and trust.
Given these objective realities, improving inter-Korean relations is an extremely difficult task. Many believe that the current state of affairs may one day culminate in a serious crisis.
Pragmatic diplomacy is unlikely to work in this case, as the practical gains for South Korea remain largely idealistic. So, how can we begin to untangle the deeply entrenched issues between the two Koreas?
First, we must foster open and thoughtful public discourse within South Korean civil society to build consensus. Then, political decisions must be made by leaders who, although they did not experience the Korean War firsthand, possess the maturity and prudence to act wisely.
On this 75th anniversary of the Korean War, it is imperative that South Korea’s political leadership clearly and thoughtfully articulate the nation’s position. This may well be the first true step toward peace.
